1st Exhibitions

전시회 인사말

그 어느 해 여름보다도 지루하고 혹독했던 장마도 지나고 어느덧 초가을로 접어들었는지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서늘해졌습니다. 한낮은 아직도 한여름 인양 따가운 햇살을 내려 쪼이건만 말복이 지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가을의 전령사까지…

어젯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치며, 가고 오는 계절의 정확함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세월은 쓴 살같이 달아나 버리고 주어진 시간은 짧아만 가는데 나는 그 많은 시간들을 과연 얼마나 값지고 보람되게 보냈던가 생각해보니 새삼 후회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제게 만약 그림이란 이 사명마저 없었다면 그나마 이 마음의 공허를 무엇으로 채웠을까 생각하니,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소중히 생각하며 남은 시간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봅니다.
창조주가 주신 모든 것, 태양 아래 빛나는 그 모든 자연을 저는 사랑하여 항상 제 그림의 소재로 삼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을 비롯한 풍성한 과일, 황홀한 빛을 뿜어내는 현란한 색채의 꽃, 눈부시게 다가오는 희고 찬란 한 겨울산과 들, 짙푸른 여름바다와 항구, 싯누런 가을 들녘과 나부끼는 갈대밭, 한여름의 시원한 녹색연밭, 이 모두는 언제 보아도 내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어 이들을 나의 화폭에 담는 순간 저는 어느새 행복한 부자가 돼버립니다.

저는 어떤 유형과 방법을 마음에 두고 그림을 그리지는 않습니다. 느껴지는 대로 보이는 대로 그 물체 자체가 가진 형태와 색감, 그 감성과 감동을 솔직, 담백하게 표현할 뿐입니다. 자연이 가진 순수함 그 자체를 좋아하기에 앞으로도 계속 자연이 제 그림의 모티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한 편 역량이 허락한다면 사물의 본질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해서 그 내면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를 형상화해 보고도 싶습니다. 그 시기와 표현방법은 아직 미지수이지만.

어찌 되었건 제 나름대로 열심히 그렸다고는 하나 아직도 많이 부족하여 남 앞에 내어 보이기엔 부끄럽기도 하고 한 편 두렵기까지 합니다. 이제껏 살아온 저의 발자취요, 제 삶의 흔적들인 만큼 다소 모자란 점이 있더라도 양해하여 주시고, 늦은 나이에 내린 용단을 가상히 생각하시어 바쁘신 중에라도 시간 내어 오셔서 격려해 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제가 오늘날까지 그림 그릴 수 있게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가족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은사님, 그리고 친척, 친구, 특히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집안 대•소사에,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함께 해주신 남편의 선•후배님, 친구분들, 고대/용산고 동창님들, 유엔산림조사기구의 옛 동료분들과 임업 시험장의 옛 동료분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계신 서만수목사님과 교회 식구들과 그곳에 계신 교민과 용고, 고대 동창분들, 목림회와 수미회 회원님들 그 외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께 이 기회를 빌어 그동안 베풀어 주신 은덕에 지면으로나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서양화가 / 최희미자

1962년 세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여류화가회,군자회,세종미술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화를 이용한 장미, 모란 등 꽃과 정물, 풍경화를 주로 그리는 서양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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